지난 일 년 반을 돌아보며

2019년 11월, 너무나도 소중한 친구의 생일파티에서
(Photo Credit: Constantin Berzan)


어떠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것을 계기로 자신을 한 단계 성숙시키고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으면, “그 때 그 일이 있었기에 그래도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지” 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게 될 거라는, 결국 모든 것은 현재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마음가짐

– 2016년 3월, 유학 준비를 시작하던 시기에 적은 글


마지막으로 글을 쓴 것은 스탠퍼드에서의 박사과정 첫 해가 끝난 뒤였는데, 그 이후 일 년 반이 순삭(…)되고 벌써 박사과정 3년차 첫 쿼터를 마쳤습니다. 이제 나름 박사과정 중반부 즈음이므로 아기와 어른 사이인 어린이 정도가 된 느낌입니다.

이번 글을 적기까지 멀고 먼 길을 온 것 같습니다. 사실 지난 일 년 반 동안 있었던 일들을 공유하기에 많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수없이 적었다 지웠다가를 반복했고, 이런 내용을 모두에게 공개되어 있는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 옳은 것인지 고민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는) 글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는 단순한 것 같습니다. 가장 먼저 제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싶었습니다. 행복해보이는 단편적인 모습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힘들었던 부분도 공유하고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조차 아주 소수라도 누군가에겐 위안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가장 힘들었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이 용기내서 공유해준 그들의 어려웠던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가 제게는 정말 큰 위안과 용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힘든 시간을 이겨내도록 도와준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글을 통해 작게나마 감사의 표현을 하고 싶었습니다. 고마워요, 제게 많은 가르침과 용기를 주셔서 :)


저는 창의력이 별로 없는 사람이므로 (긁적) 예전 박사과정 지원을 준비하며 글처럼 시간 순으로 적어내려갈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긴 글이 될 것 같아 지루할만한 부분은 건너 뛰실 수 있도록 목차를 먼저 공유합니다.

  • Deadline after Deadline
  • Anxiety and Depression
  • Love Yourself like Your Life Depends on It
  • Bucket List for 2020

Deadline after Deadline


2018년 9월


간절히 원하던 교수님과 연구를 시작하다.    박사과정 첫 해에 로테이션 시스템을 마치고 (참조: 스탠퍼드에서의 한 해를 마치며) 너무나도 원했던 교수님의 연구실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교수님이 저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할 때 보내주셨던 이메일을 받았던 순간을 떠올리면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You do still have many things to learn to catch up in terms of ML background and research maturity, but you’ve shown a strong will and capacity to improve, which are hugely important. I think you have the potential to become a top researcher, but it will take continual dedication and an unwavering focus. I will help you get there if you are up for it.

– 2018년 여름, 현재 지도교수님으로부터 받은 이메일

부담감.    연구실에 들어가기만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고 자신감도 넘치고 행복할 줄 알았는데, 이게 왠 걸, 오히려 부담감이 천만배 늘어났습니다. 너무나도 훌륭한 지도 교수님과 학생들이 있는 연구실이라서 (한 학년 위의 친구는 Coursera의 세 번째 멤버였습니다) 그만큼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잔뜩 겁을 먹었습니다. 따라서 저의 박사과정 2년차의 시작은 설렘과 긴장감으로 가득했던 것 같습니다.


12월


첫 번째 학회 마감.    2년차의 첫 쿼터인 9월부터 12월까지는 머신러닝 분야의 ICML이라는 학회 논문 제출을 위해 정신없이 달렸습니다. 주변에 1년차부터 혹은 박사과정 입학 전부터 우수한 학회에 논문을 내고 상을받는 친구들을 보며 조급한 마음도 생겼었고, 또 너무나도 부족한 저를 받아주신 지도교수님께 그분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컸습니다.

프로젝트 처음부터 끝까지 기초가 너무나도 부족한 저를 끈기있게 가르치고 지도해 준 지금은 스탠퍼드의 교수가 된 Tatsunori Hashimoto와, 밤을 새워가며 함께 디버깅해주고 함께 프로젝트의 방향을 고민해준 현재 열심히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Yunseok Jang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19년 3월


두 번째 학회 마감.    많은 실수와 시행착오로 결국 처음 준비했던 마감일을 맞추지 못하고, 자연어처리 분야의 ACL이라는 학회 논문 제출로 목표를 바꾸었습니다. 두 달의 시간을 더 가지고 차근차근 준비하니 훨씬 더 탄탄한 내용의 논문을 쓸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마감 기간을 한 번 놓쳤었고, 박사과정 2년차의 중반 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결과가 없다는 사실에 불안함이 증폭되었습니다. 그러나 굉장히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고, 매일 수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는 사실에 몸은 힘들고 스트레스도 받았지만 크게 뿌듯함을 느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Anxiety and Depression


4월, 5월, 6월


아무런 결과가 없던 세 달.    3월 초 논문 제출 이후 다음 프로젝트에 대한 브레인스토밍을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당시에는 굉장히 불안하고 초조했던 것이, 세 달을 아무런 구체적인 결과 없이 보냈습니다. 인생 전체를 놓고보면 세 달이 굉장히 짧은 시간이겠지만, 그 시간을 직접 겪을 때에는 얼마나 긴 시간으로 느껴지던지, 제 자신의 능력과 이 곳에 있는 것이 적합한 사람인지에 대해 매일매일 끊임없이 자문했던 것 같습니다.

5월 즈음 앞서 제출했던 논문이 거절당했지만, 그것이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 정도로 이미 저에 대한 의문과 불안감이 꽤나 커져있던 상태였습니다. 어느 새 그룹미팅과 소셜, 친구들 만나기를 꺼려하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고 연구실에 가는 빈도수가 점점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불안함으로 가득찬 머리를 비우고자 방 안에 틀어박혀 멍하니 TV를 보는 날들이 늘어났고, 교수님과의 미팅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은 점점 커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연애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룸메이트와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해 학교와 집, 그 외의 어느 공간에서도 마음 편히 있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이런 나날이 계속 되던 중, 어느 날 복도에서 지도교수님을 마주쳤을 때 강하게 가슴이 조여오는 듯한 느낌을 받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이건 단순히 스트레스를 이겨내야하는 상황이라기보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란 것을요. 심장에 무슨 문제가 생긴 줄 알았을 정도로 실제 몸으로 스트레스를 느끼니까 그 심각성이 직접적으로 와닿았습니다.

되돌아보면 연초부터 이런 느낌을 받긴 했지만 그것은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던 순간에만 일시적으로 그랬었습니다. 그렇지만 6월 즈음에는 정말 사소한 일(복도의 끝자락에서 지도교수님의 모습을 언뜻 보았을 때, 그룹미팅에 가는 것을 상상만 했을때,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쳤을 때 등)에도 가슴이 조여오는 것을 느끼고 그 심각성을 인지했습니다.

상담을 받다.    그제서야 학교에서 제공하는 심리상담(Therapy)을 신청했습니다. 미국의 정신 건강에 대해 상대적으로 보다 공개적으로 말하고 그 중요성을 인지하는 문화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부부인 Kristen Bell(겨울왕국의 안나 목소리 성우)와 Dax Shepard가 어떻게 각자 우울증, 마약중독을 극복했고 함께 일찍부터 커플테라피를 받는지 오픈하고 공유하는 것을 보고 심리상담에 대한 저의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심리상담을 받기로 결심한 것은 단순히 지금 당장 힘든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이번 기회에 저의 사고회로를 근본적으로 고치고 싶다는 생각도 강했습니다. 의외일수도 있지만 (?)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항상 자신감이 없고, 너무나도 부족한 것이 많다는 생각에 가득찬 사람이었습니다. 단 한 번도 제 자신에게 만족해본 적이 없다고 하면 조금 더 와닿을까요?

제 자신과 다른 사람을 비교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가 무언가를 이루었을 때 혹은 칭찬을 들었을 때 매번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걸”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것을 심리학 용어로는 긍정적인 모습 깎아내리기(Discounting Positives)라고 합니다. 그것이 겸손함에서 멈추면 다행이지만, 결과적으론 언제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믿음을 잃는 쪽으로 흘러왔던 것 같습니다.

심리상담을 통해 배운 것이 정말 많은데 그 중 또다른 하나는 불안과 우울의 차이입니다. 실제 겪어보지 않으면 굳이 차이를 알 필요도 없고 그것이 최선이겠지만, 이미 두 가지를 모두 겪고있던 저로써는 그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불안(Anxiety)은 미래에 대한 걱정과 근심의 감정입니다. 주로 무언가가 잘못되면 어쩌지? 라는 생각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반면 우울(Depression)은 이미 모든 것이 잘못되어서 아무런 희망이 없다는 느낌의 감정입니다.

저는 거의 항상 불안했던 것 같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 부터요. 나이가 들고, 대학교에서 아무리 좋은 성적을 받고 과분한 상을 받아도 그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스탠퍼드에 오게되며 그 불안감은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과 만나 아주 크게 증폭되었고, 그 결과 그것이 우울증으로 발전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이러한 감정들이 연구와 친구 관계에도 모두 영향을 미쳤고, 그것이 생산력 저하와 더 큰 자기 불만족으로 이어지며 불안감이 더 커지는 악순환을 돌았습니다.

약을 처방 받다.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한 느낌이 지속돼 생각과 표현을 분명하게 하지 못하는 상태를 브레인 포그(Brain Fog)라 하는 것도 이때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 심리 상담은 학교에서 시작하고 이후 보다 장기적인 상담을 위해 약 9월까지 학교 밖의 상담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제가 지난 몇 달 동안 브레인 포그 상태였던 것을 깨닫게 되고, 신속한 해결을 위해 약을 먹어보는 것을 추천받았습니다.

물론 선택의 여지는 있었지만 약물을 권유받았다는 것 자체가 (실존하지 않는) 제 스스로의 망상에게 졌다는 패배 신고 같아서 너무나도 슬펐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나 멍청할 상때일 때의 저를 계속해서 도와주고 응원해준 고마운 친구 Jean Betterton와 Daniel Kang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Love Yourself like Your Life Depends on It


6월, 7월, 8월


이번 여름은 지금까지 보낸 시간 중 가장 우울하고 무기력하지만 그만큼 많이 깨닫고 성장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심할 때에는 일주일 중 삼 일 이상을 집에만 머물기도 하고 하루에 여러 번씩 울기도 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너무나도 싫고 두려워서 침대에서 몇 시간씩을 보내다가 저녁이 다 되어서 일어났던 날도 많고요. 정말로 바보같은 생각인 걸 알지만 왜 사는지, 다른 사람들이 왜 웃는지, 웃긴 웃는데 정말 행복한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나날들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름 학기로 접어들며 프로젝트의 방향도 잡히는 듯하고 장거리 연애의 어려움도 해결되는 듯 했지만… 여러가지가 겹치며 상향 곡선을 그리던 저의 행복지수는 다시 바닥을 찍게 됩니다. 약을 먹기 시작했지만 보통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리므로 초반에는 오히려 더 힘들어 했었던 거 같기도 합니다. 이렇게 말하니까 겁나 다크다크(…)하게 들리는데, 실제로 가장 다크다크 했던 시기였기에 일부러 미화시키지 않고 넘어가겠습니다 (먼산).

스스로에게 너무나도 엄격하고 가혹했던 시간.    거의 반 년이 지나고 나니, 지금은 제가 왜 그렇게까지 다크다크 했는지 너무나도 당연하게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가장 저를 힘들게 했던 요소를 요약하자면 (1) 자신감 부족으로 인한 불안감, (2) 워커홀릭들로 가득찬 주변 환경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 (3) 제대로 쉬지 못하고 계속 달려온 것 이 세 가지인 것 같습니다.

세 가지가 모두 다 연결되어 있는데, 공통점은 제가 제 스스로에게 너무나도 엄격하고 가혹하게 대했다는 것입니다. 자신감 부족과 불안감으로 힘들어 하는 저를 “나약해지면 안된다” 또는 “아무리 힘들어도 열심히 해야한다”라며 채찍질하게 된 것은 당시 제가 제 스스로에게 부가한 높은 기대치와 책임감 때문이 컸던 것 같습니다. 또한 당시 주변 사람들이 일을 중요시하고 감정적 교류가 적은 사람들이 대다수였기에 쉰다고 해도 제대로 쉬는 시간을 갖지 못했고, 그것을 쉰 것으로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해야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며 자꾸만 주저 앉는 절 더 못살게 괴롭힌 것 같습니다.

너무나도 소중한 친구들.    그러던 와중 친구가 추천해준 Love Yourself like Your Life Depends on It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 대한 중요함을 강조한 40 페이지 남짓의 짧은 책입니다.

친구는 스스로와의 대화가 가장 친한 친구 혹은 사랑하는 사람, 또는 어린 아이에게 하는 것과 같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또는 아이가 힘들어서 울고 있다면 왜 이 정도 가지고 우냐고 다그칠 것인지, 아니면 위로하며 수고했다고 보듬어 줄 것인지 생각해보라면서 말입니다. 친구가 “너도 먼 타지에 와서 2년 동안 적응하고 열심히 공부하느라고 정말 고생했다”라고 말해주는데 제 스스로 단 한 번도 저를 그렇게 생각하고 토닥여준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This day, I vow to myself to love myself, to treat myself as someone I love truly and deeply — in my thoughts, my actions, the choices I make, the experiences I have, each moment I am conscious, I make the decision I LOVE MYSELF.

Love Yourself like Your Life Depends on It by Kamal Ravikant

처음에는 책에서 “I love myself.”를 반복해서 말하라는 저자의 요구에 당황했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은 정말로 저의 모든 부분을 사랑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사실에, 저자에게도 이 책을 추천해준 친구에게도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제 얼굴에 대고 아무렇지도 않게 “화장 좀 해라”라고 하는 문화에서 자랐기 때문에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도 굉장히 심했는데, 이제는 아무리 부시시해도 제 모습에 만족하며 기쁜마음으로 아침에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이 시간 동안 제게 정말로 큰 힘이 되어준 친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아마도 한글로 적어서 이 글을 읽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너무나도 고맙고 소중하고 큰 힘이 되어준 Aditi Raghunathan, Xinkun Nie, Fanny Yang, Alex Tamkin, Sumith Kulal, Fereshte Khani에게 — 정말 정말 고마워 :) 네가 있었기에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어 [hugs].


Words are not enough to express my gratitude towards your kindness. Thank you very much for all the love you have shown.

딜레마.    매번 겪는 일이긴 하지만 굳이 6~8월이라고 하는 이유는, 이 시기에 고려대학교로부터 후배들이 많이 스탠퍼드에 방문했기 때문입니다. 분명 이전보다는 나아지고 있었지만, 여전히 정신 상태가 너덜너덜했던 저로써는 기분이 묘했던 것 같습니다. 선배로써 후배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은 마음과, 한 명의 사람으로써 힘든 것에대해 찡찡대고 싶은 마음 사이의 갈등이랄까요 (긁적).

최대한 진솔하게 답변하려고 노력했는데,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냐”라는 질문에 “해소하는 좋은 방법을 모르는데, 안 그래도 최근 그것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라고 대답하며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저보다도 훨씬 빠르게 스트레스 해소의 중요성을 알고 그 일과 휴식의 균형을 찾으려는 후배분들이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9월


한 달간의 휴식.    그래서… 라기 보단, 연구실에 있어도 아무런 생산성이 없는 상태라는 걸 깨닫고 지도교수님께 한 달간의 휴식 시간을 요청했습니다. 누가 쉬면 큰 일 난다고 한 것도 아니고 지도교수님도 언제든지 제가 원하는 만큼 휴식을 취하라고 하셨었지만, 괜히 스스로에게 지는 것 같아 /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 별거 아닌 일로 불평하는 것 같아 지난 2년 동안 미뤄왔던 휴식입니다.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    처음 2주는 혼자서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면서 보냈습니다. 먼저 바쁘다는 생각에 (실제로 바쁘지 않더라도) 하지 못했던 봉사활동을 몰아서 했고, 미루고 미뤘던 요리도 했으며, 정말 오랜만에 하루 종일 연구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고 운동과 요가를 하고 따스하게 비치는 햇빛을 즐기며 주변을 걸어다녔습니다. 이 기간 동안 책도 많이 읽고, 사람들도 만나고,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 내가 무엇을 두려워해왔는지 그리고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는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의 방문.    나머지 2주 동안은 부모님이 방문하기로 이전부터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거의 누구에게나 그럴 것 같지만, 부모님과의 시간은 재충전을 넘어서서 인생에 있어서 소중한 많은 것들을 다시금 리마인드 시켜주는 너무나도 좋은 시간인 것 같습니다. 먼 곳까지 딸을 보러 와주시는 감사함에 최대한 편하게 모시고자 가진 책임감과, 부모님 곁에서 큰 걱정이나 불안감 없이 보냈던 시간들 덕분에, 새롭게 가지게 된 강인함이 제 속에 보다 확고하게 자리잡게 된 것 같습니다. 아빠 엄마, 항상 고맙고 사랑해요 :)


10월, 11월, 12월


연구.    박사과정 3년차가 시작되며 마법처럼 모든 상황이 서서히 좋아졌습니다. 새롭게 함께 일하게 된 포스닥 친구인 Chris Donahue와 연구하는 스타일도 잘 맞았고, 그 결과 세 달 동안 함께 일하며 다음 ACL 학회 마감일에 맞추어 짧은 논문(Short Paper)을 제출했습니다. 거절 당했던 논문은 NeurIPS 워크샵에 다시 제출했는데 Contributed Talk으로 선정되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그 외에 추가적으로 HCI 분야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생겼고,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가 오가며 협업할 가능성도 많아졌습니다.

NeurIPS 워크샵에서 발표
(Photo Credit: Fanny Yang)

일과 휴식의 균형.    힘든 시간을 겪으며 깨달은 휴식의 중요함을 통해 시간과 스트레스 조절을 더더욱 신경써서 하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주말 중 하루(혹은 이틀)는 일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저녁 시간 이후 알람을 모두 꺼두고 응답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되었습니다. 저의 건강을 위해 하는 운동이나 취미활동을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포기하거나 미루기보다, 반대로 운동과 취미활동을 일보다 우선순위에 두게 되었고 그 결과 그 시간을 더더욱 소중하게 여기고 즐기게 되는 선순환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으로 5K를 뛰었으며 운동하는 시간 자체를 즐기는 일상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지치고 힘들면 아무리 재미있어 보이는 또는 가야 한다고 생각되는 이벤트가 있어도 집에 돌아와서 쉬고 이것이 제게 필요한 시간임을 다시금 상기했습니다. 제게 중요하지 않은 일이나, 무례하게 또는 무심하게 부탁하거나 요구하는 사람들을 큰 망설임 없이 정중하게 거절하게 되었습니다.

서로 힘이 되어주는 것.    동시에 제가 힘든 시간을 겪고 나니, 저와 비슷한 힘든 시간을 겪게 되는 다른 친구들이 눈에 보이게 되었습니다. 제가 힘들어 할 때에 귀신처럼 먼저 알고 연락을 주었던 친구들이 있는데 (지나고보니 그 친구들도 모두 비슷한 시간을 겪었던 친구들이었습니다), 이젠 제가 그 친구들의 마음을 100%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먼저 적극적으로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진심으로 응원해주었던 그 따뜻한 마음을 저도 똑같이 전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아무리 성공적이고 당당하고 똑똑해보이더라도 그들만의 어려움이 있고 정말 많은 역경을 거쳐서 지금의 이 모습,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현재 맡은 책임과 신뢰에 대해 보답하고자 각자의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도요. 그것이 때로는 굉장히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공감해줌으로써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친구들이 우울증, 공황장애 등을 겪었다는 것, 더 많은 수의 친구들이 명상, 요가, 운동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스트레스를 초기에 해결하려고 노력한다는 것, 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닮아가고 싶은 사람들은 적어도 언젠가 한 번은 이런 경험을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이므로 이곳에 이름을 나열하진 않겠지만 저의 고민을 들어준 많은 분들과 제게 고민을 진솔하게 이야기해준 분들 모두에게 정말정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Bucket List for 2020


사과


지난 일 년 반 동안 제가 많은 사람들을 서운하게 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것을 제게 직접적으로 말한 사람들도 있었고, 간접적으로 표현한 사람들도 있었으며, 표현은 안했지만 분명 서운함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보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이 모든 것을 미리 나누고 양해를 구하지 못해서 진심으로 미안해요 :)

My sincere apologies for those who have been hurt by me.

아직 저는 너무나도 부족한 사람이라 여전히 하루하루 많은 것을 실수하고, 헤매고, 배워가며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기분 나쁘게해서, 감정을 상하게 해서, 충분히 소중하다고 느끼지 못하게 해서 미안합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게요.


목표



매 순간 내 삶속의 모든 사람들을 온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것.
그것이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


– 2019년 10월 12일에 적은 글

2019년도 하반기의 목표는 “스스로에게 보다 관대하고 진솔한 사람이 되자”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2020년에 있어서 목표로 하는 것은 “누군가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정도로 강인한 사람이 되자”입니다.

구체적인 버킷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AI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게 된 멘티가 원하는 연구실에서 인턴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기
  • 다음 쿼터에 우리 연구실 로테이션을 도는 박사과정 일 년 차 친구가 잘 적응하고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갈 수 있도록 먼저 챙겨주고 연락해주기
  • 함께 일하는 포스닥에게 일하는 시간 동안 쉽게 연락할 수 있고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협업자가 되어주기
  • CS224N 조교로써 맡게 될 10개 이상의 프로젝트 팀 최선을 다해서 지도하고 이끌어주기
  • CS224N 조교로써 맡은 일 꼼꼼하고 세심하게 처리하기
  • CURIS 프로그램을 통해 학부생과 함께 여름 학기에 연구하기
  • 사람들과 일주일에 한두 번은 점심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 나누기
  • 오피스에서 친구들과 매일 이야기 나누고 함께 일하기
  • HCI 분야 세미나와 수업 등에 참석하기
  • 같은 분야 그리고 다른 분야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네트워킹 하기
  • 사교댄스를 계속해서 배우고 Viennese Ball에 참석하기
  • 운동 일주일에 두세 번 이상 꾸준히 하기
  • 기차 여행가기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쓸 수 있도록 큰 용기를 준 Daniel Jiang에게 감사합니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



Do not let anything that happens in life be important enough that you’re willing to close your heart over it.

The Untethered Soul by Michael Singer

13 responses to “지난 일 년 반을 돌아보며”

  1.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CS유학 지원 예정인데요, 민아님의 ‘지금 알려줄게요 미국대학원’도 읽고, 가끔 블로그도 들어와서 정보도 얻고, 민아님의 근황도 들으면서 유학준비에 심리적/실질적으로 많은 힘을 얻어 가고 있습니다.

    여러가지로 심금을 울리게 하는 글이라, 응원?의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답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유학생활을 하면서 정말 많은 일이 있으셨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스탠포드 박사과정 환경이 뛰어난 분들도 많고 워커홀릭인 분들도 많아서, 주변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크셨을 것 같습니다. 제 주변의 다른 탑스쿨 박사 가신 선배들을 봐도 스트레스를 많으면서 공부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민아님을 실제로 뵌적은 없지만, 글만 읽어봐도 굉장히 따뜻하고 생각이 깊으신 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민아님이 쓰신 여러 글들을 읽기만 해도 동기부여와 따뜻함이 잘 전달됩니다.
    항상 화이팅이고 앞으로도 여러가지 여러움을 잘 헤쳐나가시길 진심으로 응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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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우연히 링크따라 들어와 읽게 되었는데 글 남기게 됩니다.
    민아님은 누가 뭐래도 맑은 마음을 가진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 누군가가, 혹은 어떤 상황이 민아님을 방해한다고 해서 슬퍼하지 마세요. 그건 그 누군가가, 그 상황이 나쁜거고, 저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항상 민아님 편일 겁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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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민아야 나 연진이! 문득 생각나서 페북 들어가봤다가 홈페이지 링크 타고 왔는데 글을 항상 여전히 잘 쓰는구나!! 박사과정의 힘들었던 기간…지나고나서 돌이켜보니 왜 그렇게까지나 힘들어했을까 싶은 기간에 관해 읽으면서 너무 많이 공감했어ㅠㅠ 그리고 무엇보다 너의 꾸준한 자기향상심과 긍정적인 마인드에 감동이랑 자극 둘다 받고가 정말 보고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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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진솔한 글 잘 읽었습니다! 긍정적인 모습 이외에도 답답하고 불안해하셨던 모습도 용기내서 공유해 주셔서 감사해요. 공감이 많이 되는 글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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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안녕하세요. 민아님, 저도 대학원을 준비하면서 민아님의 블로그를 통해 도움을 많이 받은 사람으로서, 그리고 저도 제 자신에 대한 기준이 높고, 항상 자존감이 낮은 사람으로서, 힘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며칠전 인터넷에서 마주친 말을 공유해봐요.

    “바늘로 코끼리를 찌르면 그저 따끔거리는 정도지만 개미에게는 치명적이고, 높은 빌딩에서 떨어져도 개미는 무사하지만 코끼리는 죽습니다. 같은 고통의 무게도, 인간의 슬픔도 그와 같습니다. 상대의 슬픔을 자신의 기준에서 재단하지 마십시오.”

    다들 아프고, 힘들고, 고통받는 지점/정도는 사람마다 다른 거 같아요. 저 구절에는 ‘상대의 슬픔’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저는 제 슬픔과 아픔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계기가 된 글이었어요 :)

    코로나때문에 미국도 난리일텐데 항상 건강하시고 연구하시는 것과 개인적인 삶 모두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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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민아가 쓴 글을 읽고 너무 고민하고 역경을 극복한 것을 알았어요. 한마디로 엄마아빠도 언제나 사랑하고 응원했으나,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 우리 딸, 만아를 더 사랑하시고 계시다는 것을 믿게 됐어요. 앞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하나님을 사랑하세요. 엄마아빠는 언제나 어디서나 사랑하고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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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동문입니다. 미국 유학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들어오게 되었어요. 솔직담백하지만 생각과 열정으로 가득 찬 삶이 담긴 글을 재미있게 읽다가, 힘든 시기를 겪으신 게 남 일 같지 않아서 눈물이 나네요. 글을 보니 원래도 속이 단단한 사람이었던 것 같지만 더 단단해지신 것 같아요.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을 테니 더더욱 힘내고 즐거운 생활 이어나가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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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민아님 안녕하세요. 지극히 개인적이고 꺼내놓기 힘드셨을 이야기 공유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맨처음 유학가서 언어도 안되고, 나빼고 남들은 다 progress를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일때 정말 많이 좌절했던 것 같아요. 당시 다니던 한인교회 목사님께 제가 가진 고민을 얘기하니, 본인도 같은 경험을 하셨다면서 “넌 바보가 아니야”라고 위로해주셨는데 그 때 정말 목놓아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런 고민을 정말 많은 분들이 하고 계실 거라고 생각해요. 지혜로운 방법으로 어려운 시간 잘 이겨내신 거 같아서 저도 덩달아 위로받고, 또 기운 얻고 갑니다.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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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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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개인적인 이야기 이렇게 공유해줘서 정말 고마워. 읽으면서 너무도 공감되었고 나도 지난 3년 간의 일들이 스쳐지나갔네. 작년 여름에 나도 심리상담을 통해서 극복의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었고, 나의 현 상황에 대한 지도교수와의 솔직한 대화가 답이라는 걸 그 상담을 통해 알고서는 암울했던 시간을 조금씩 극복해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 물론 지도교수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서 상황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말이지 크나큰 짐을 덜 수 있었고, 연구 관련해서 내게도 드디어 제대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점이 좋았어. 그리고 나도 여기 와서 첫 1저자 논문을 내기까지가 정말 힘들었던 시간이었는데, 그 이후에는 그래도 상황이 ‘마법처럼’ 나아지고 있는 것 같아서 항상 감사하면서 살아가고 있어.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이건 정말 고된 수행과 같아서 이 과정을 잘 극복해내면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나갈 때 지금 이 시간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 생각 하나도 오늘 하루도 버텨나가는 것 같아. 우리 모두 화이팅하자! 코비드 상황만 나아지면 서부 한번 놀러갈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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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멋진 사람!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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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는 1년차인데도 뭘 제대로 한것도 없는데 무기력증 등 미나님이 느끼신 감정들을 많이 느껴서 많이 힘든 상태입니다. 그래도 이 글을 읽으니 조금은 힘이 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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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안녕하세요. 직장 다니면서 유학 준비할 때, 미나님 블로그를 통해 많이 도움 받았었습니다. 덕분에 지금 무사히 박사5년차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저도 박사퀄에 계속 떨어지고 RA펀딩이 끊겼을 때, 내가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인가하는 생각 때문에 우울감을 떨쳐내기 어려웠습니다. 한국에 잠시 귀국해서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나며, 다시금 깨달았던 건 누가 뭐라 하던, 내가 나 자신을 믿어주고 응원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주변을 봐도 사연하나 없는 박사과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정신적으로 너무나도 가혹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박사과정은 시련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배우는 좋은 기회인 것도 같습니다. 직접 뵌 적은 없지만, 미나님은 이런 시련에도 불구하고 늘 건승하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연구나 생활이나 늘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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