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 년 반을 돌아보며

2019년 11월, 너무나도 소중한 친구의 생일파티에서
(Photo Credit: Constantin Berzan)


어떠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것을 계기로 자신을 한 단계 성숙시키고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으면, “그 때 그 일이 있었기에 그래도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지” 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게 될 거라는, 결국 모든 것은 현재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마음가짐

– 2016년 3월, 유학 준비를 시작하던 시기에 적은 글


마지막으로 글을 쓴 것은 스탠퍼드에서의 박사과정 첫 해가 끝난 뒤였는데, 그 이후 일 년 반이 순삭(…)되고 벌써 박사과정 3년차 첫 쿼터를 마쳤습니다. 이제 나름 박사과정 중반부 즈음이므로 아기와 어른 사이인 어린이 정도가 된 느낌입니다.

이번 글을 적기까지 멀고 먼 길을 온 것 같습니다. 사실 지난 일 년 반 동안 있었던 일들을 공유하기에 많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수없이 적었다 지웠다가를 반복했고, 이런 내용을 모두에게 공개되어 있는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 옳은 것인지 고민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는) 글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는 단순한 것 같습니다. 가장 먼저 제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싶었습니다. 행복해보이는 단편적인 모습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힘들었던 부분도 공유하고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조차 아주 소수라도 누군가에겐 위안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가장 힘들었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이 용기내서 공유해준 그들의 어려웠던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가 제게는 정말 큰 위안과 용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힘든 시간을 이겨내도록 도와준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글을 통해 작게나마 감사의 표현을 하고 싶었습니다. 고마워요, 제게 많은 가르침과 용기를 주셔서 :)


저는 창의력이 별로 없는 사람이므로 (긁적) 예전 박사과정 지원을 준비하며 글처럼 시간 순으로 적어내려갈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긴 글이 될 것 같아 지루할만한 부분은 건너 뛰실 수 있도록 목차를 먼저 공유합니다.

  • Deadline after Deadline
  • Anxiety and Depression
  • Love Yourself like Your Life Depends on It
  • Bucket List for 2020

Deadline after Deadline


2018년 9월


간절히 원하던 교수님과 연구를 시작하다.    박사과정 첫 해에 로테이션 시스템을 마치고 (참조: 스탠퍼드에서의 한 해를 마치며) 너무나도 원했던 교수님의 연구실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교수님이 저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할 때 보내주셨던 이메일을 받았던 순간을 떠올리면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You do still have many things to learn to catch up in terms of ML background and research maturity, but you’ve shown a strong will and capacity to improve, which are hugely important. I think you have the potential to become a top researcher, but it will take continual dedication and an unwavering focus. I will help you get there if you are up for it.

– 2018년 여름, 현재 지도교수님으로부터 받은 이메일

부담감.    연구실에 들어가기만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고 자신감도 넘치고 행복할 줄 알았는데, 이게 왠 걸, 오히려 부담감이 천만배 늘어났습니다. 너무나도 훌륭한 지도 교수님과 학생들이 있는 연구실이라서 (한 학년 위의 친구는 Coursera의 세 번째 멤버였습니다) 그만큼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잔뜩 겁을 먹었습니다. 따라서 저의 박사과정 2년차의 시작은 설렘과 긴장감으로 가득했던 것 같습니다.


12월


첫 번째 학회 마감.    2년차의 첫 쿼터인 9월부터 12월까지는 머신러닝 분야의 ICML이라는 학회 논문 제출을 위해 정신없이 달렸습니다. 주변에 1년차부터 혹은 박사과정 입학 전부터 우수한 학회에 논문을 내고 상을받는 친구들을 보며 조급한 마음도 생겼었고, 또 너무나도 부족한 저를 받아주신 지도교수님께 그분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컸습니다.

프로젝트 처음부터 끝까지 기초가 너무나도 부족한 저를 끈기있게 가르치고 지도해 준 지금은 스탠퍼드의 교수가 된 Tatsunori Hashimoto와, 밤을 새워가며 함께 디버깅해주고 함께 프로젝트의 방향을 고민해준 현재 열심히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Yunseok Jang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19년 3월


두 번째 학회 마감.    많은 실수와 시행착오로 결국 처음 준비했던 마감일을 맞추지 못하고, 자연어처리 분야의 ACL이라는 학회 논문 제출로 목표를 바꾸었습니다. 두 달의 시간을 더 가지고 차근차근 준비하니 훨씬 더 탄탄한 내용의 논문을 쓸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마감 기간을 한 번 놓쳤었고, 박사과정 2년차의 중반 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결과가 없다는 사실에 불안함이 증폭되었습니다. 그러나 굉장히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고, 매일 수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는 사실에 몸은 힘들고 스트레스도 받았지만 크게 뿌듯함을 느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Anxiety and Depression


4월, 5월, 6월


아무런 결과가 없던 세 달.    3월 초 논문 제출 이후 다음 프로젝트에 대한 브레인스토밍을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당시에는 굉장히 불안하고 초조했던 것이, 세 달을 아무런 구체적인 결과 없이 보냈습니다. 인생 전체를 놓고보면 세 달이 굉장히 짧은 시간이겠지만, 그 시간을 직접 겪을 때에는 얼마나 긴 시간으로 느껴지던지, 제 자신의 능력과 이 곳에 있는 것이 적합한 사람인지에 대해 매일매일 끊임없이 자문했던 것 같습니다.

5월 즈음 앞서 제출했던 논문이 거절당했지만, 그것이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 정도로 이미 저에 대한 의문과 불안감이 꽤나 커져있던 상태였습니다. 어느 새 그룹미팅과 소셜, 친구들 만나기를 꺼려하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고 연구실에 가는 빈도수가 점점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불안함으로 가득찬 머리를 비우고자 방 안에 틀어박혀 멍하니 TV를 보는 날들이 늘어났고, 교수님과의 미팅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은 점점 커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연애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룸메이트와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해 학교와 집, 그 외의 어느 공간에서도 마음 편히 있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이런 나날이 계속 되던 중, 어느 날 복도에서 지도교수님을 마주쳤을 때 강하게 가슴이 조여오는 듯한 느낌을 받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이건 단순히 스트레스를 이겨내야하는 상황이라기보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란 것을요. 심장에 무슨 문제가 생긴 줄 알았을 정도로 실제 몸으로 스트레스를 느끼니까 그 심각성이 직접적으로 와닿았습니다.

되돌아보면 연초부터 이런 느낌을 받긴 했지만 그것은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던 순간에만 일시적으로 그랬었습니다. 그렇지만 6월 즈음에는 정말 사소한 일(복도의 끝자락에서 지도교수님의 모습을 언뜻 보았을 때, 그룹미팅에 가는 것을 상상만 했을때,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쳤을 때 등)에도 가슴이 조여오는 것을 느끼고 그 심각성을 인지했습니다.

상담을 받다.    그제서야 학교에서 제공하는 심리상담(Therapy)을 신청했습니다. 미국의 정신 건강에 대해 상대적으로 보다 공개적으로 말하고 그 중요성을 인지하는 문화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부부인 Kristen Bell(겨울왕국의 안나 목소리 성우)와 Dax Shepard가 어떻게 각자 우울증, 마약중독을 극복했고 함께 일찍부터 커플테라피를 받는지 오픈하고 공유하는 것을 보고 심리상담에 대한 저의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심리상담을 받기로 결심한 것은 단순히 지금 당장 힘든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이번 기회에 저의 사고회로를 근본적으로 고치고 싶다는 생각도 강했습니다. 의외일수도 있지만 (?)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항상 자신감이 없고, 너무나도 부족한 것이 많다는 생각에 가득찬 사람이었습니다. 단 한 번도 제 자신에게 만족해본 적이 없다고 하면 조금 더 와닿을까요?

제 자신과 다른 사람을 비교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가 무언가를 이루었을 때 혹은 칭찬을 들었을 때 매번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걸”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것을 심리학 용어로는 긍정적인 모습 깎아내리기(Discounting Positives)라고 합니다. 그것이 겸손함에서 멈추면 다행이지만, 결과적으론 언제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믿음을 잃는 쪽으로 흘러왔던 것 같습니다.

심리상담을 통해 배운 것이 정말 많은데 그 중 또다른 하나는 불안과 우울의 차이입니다. 실제 겪어보지 않으면 굳이 차이를 알 필요도 없고 그것이 최선이겠지만, 이미 두 가지를 모두 겪고있던 저로써는 그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불안(Anxiety)은 미래에 대한 걱정과 근심의 감정입니다. 주로 무언가가 잘못되면 어쩌지? 라는 생각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반면 우울(Depression)은 이미 모든 것이 잘못되어서 아무런 희망이 없다는 느낌의 감정입니다.

저는 거의 항상 불안했던 것 같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 부터요. 나이가 들고, 대학교에서 아무리 좋은 성적을 받고 과분한 상을 받아도 그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스탠퍼드에 오게되며 그 불안감은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과 만나 아주 크게 증폭되었고, 그 결과 그것이 우울증으로 발전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이러한 감정들이 연구와 친구 관계에도 모두 영향을 미쳤고, 그것이 생산력 저하와 더 큰 자기 불만족으로 이어지며 불안감이 더 커지는 악순환을 돌았습니다.

약을 처방 받다.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한 느낌이 지속돼 생각과 표현을 분명하게 하지 못하는 상태를 브레인 포그(Brain Fog)라 하는 것도 이때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 심리 상담은 학교에서 시작하고 이후 보다 장기적인 상담을 위해 약 9월까지 학교 밖의 상담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제가 지난 몇 달 동안 브레인 포그 상태였던 것을 깨닫게 되고, 신속한 해결을 위해 약을 먹어보는 것을 추천받았습니다.

물론 선택의 여지는 있었지만 약물을 권유받았다는 것 자체가 (실존하지 않는) 제 스스로의 망상에게 졌다는 패배 신고 같아서 너무나도 슬펐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나 멍청할 상때일 때의 저를 계속해서 도와주고 응원해준 고마운 친구 Jean Betterton와 Daniel Kang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Love Yourself like Your Life Depends on It


6월, 7월, 8월


이번 여름은 지금까지 보낸 시간 중 가장 우울하고 무기력하지만 그만큼 많이 깨닫고 성장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심할 때에는 일주일 중 삼 일 이상을 집에만 머물기도 하고 하루에 여러 번씩 울기도 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너무나도 싫고 두려워서 침대에서 몇 시간씩을 보내다가 저녁이 다 되어서 일어났던 날도 많고요. 정말로 바보같은 생각인 걸 알지만 왜 사는지, 다른 사람들이 왜 웃는지, 웃긴 웃는데 정말 행복한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나날들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름 학기로 접어들며 프로젝트의 방향도 잡히는 듯하고 장거리 연애의 어려움도 해결되는 듯 했지만… 여러가지가 겹치며 상향 곡선을 그리던 저의 행복지수는 다시 바닥을 찍게 됩니다. 약을 먹기 시작했지만 보통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리므로 초반에는 오히려 더 힘들어 했었던 거 같기도 합니다. 이렇게 말하니까 겁나 다크다크(…)하게 들리는데, 실제로 가장 다크다크 했던 시기였기에 일부러 미화시키지 않고 넘어가겠습니다 (먼산).

스스로에게 너무나도 엄격하고 가혹했던 시간.    거의 반 년이 지나고 나니, 지금은 제가 왜 그렇게까지 다크다크 했는지 너무나도 당연하게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가장 저를 힘들게 했던 요소를 요약하자면 (1) 자신감 부족으로 인한 불안감, (2) 워커홀릭들로 가득찬 주변 환경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 (3) 제대로 쉬지 못하고 계속 달려온 것 이 세 가지인 것 같습니다.

세 가지가 모두 다 연결되어 있는데, 공통점은 제가 제 스스로에게 너무나도 엄격하고 가혹하게 대했다는 것입니다. 자신감 부족과 불안감으로 힘들어 하는 저를 “나약해지면 안된다” 또는 “아무리 힘들어도 열심히 해야한다”라며 채찍질하게 된 것은 당시 제가 제 스스로에게 부가한 높은 기대치와 책임감 때문이 컸던 것 같습니다. 또한 당시 주변 사람들이 일을 중요시하고 감정적 교류가 적은 사람들이 대다수였기에 쉰다고 해도 제대로 쉬는 시간을 갖지 못했고, 그것을 쉰 것으로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해야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며 자꾸만 주저 앉는 절 더 못살게 괴롭힌 것 같습니다.

너무나도 소중한 친구들.    그러던 와중 친구가 추천해준 Love Yourself like Your Life Depends on It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 대한 중요함을 강조한 40 페이지 남짓의 짧은 책입니다.

친구는 스스로와의 대화가 가장 친한 친구 혹은 사랑하는 사람, 또는 어린 아이에게 하는 것과 같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또는 아이가 힘들어서 울고 있다면 왜 이 정도 가지고 우냐고 다그칠 것인지, 아니면 위로하며 수고했다고 보듬어 줄 것인지 생각해보라면서 말입니다. 친구가 “너도 먼 타지에 와서 2년 동안 적응하고 열심히 공부하느라고 정말 고생했다”라고 말해주는데 제 스스로 단 한 번도 저를 그렇게 생각하고 토닥여준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This day, I vow to myself to love myself, to treat myself as someone I love truly and deeply — in my thoughts, my actions, the choices I make, the experiences I have, each moment I am conscious, I make the decision I LOVE MYSELF.

Love Yourself like Your Life Depends on It by Kamal Ravikant

처음에는 책에서 “I love myself.”를 반복해서 말하라는 저자의 요구에 당황했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은 정말로 저의 모든 부분을 사랑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사실에, 저자에게도 이 책을 추천해준 친구에게도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제 얼굴에 대고 아무렇지도 않게 “화장 좀 해라”라고 하는 문화에서 자랐기 때문에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도 굉장히 심했는데, 이제는 아무리 부시시해도 제 모습에 만족하며 기쁜마음으로 아침에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이 시간 동안 제게 정말로 큰 힘이 되어준 친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아마도 한글로 적어서 이 글을 읽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너무나도 고맙고 소중하고 큰 힘이 되어준 Aditi Raghunathan, Xinkun Nie, Fanny Yang, Alex Tamkin, Sumith Kulal, Fereshte Khani에게 — 정말 정말 고마워 :) 네가 있었기에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어 [hugs].


Words are not enough to express my gratitude towards your kindness. Thank you very much for all the love you have shown.

딜레마.    매번 겪는 일이긴 하지만 굳이 6~8월이라고 하는 이유는, 이 시기에 고려대학교로부터 후배들이 많이 스탠퍼드에 방문했기 때문입니다. 분명 이전보다는 나아지고 있었지만, 여전히 정신 상태가 너덜너덜했던 저로써는 기분이 묘했던 것 같습니다. 선배로써 후배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은 마음과, 한 명의 사람으로써 힘든 것에대해 찡찡대고 싶은 마음 사이의 갈등이랄까요 (긁적).

최대한 진솔하게 답변하려고 노력했는데,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냐”라는 질문에 “해소하는 좋은 방법을 모르는데, 안 그래도 최근 그것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라고 대답하며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저보다도 훨씬 빠르게 스트레스 해소의 중요성을 알고 그 일과 휴식의 균형을 찾으려는 후배분들이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9월


한 달간의 휴식.    그래서… 라기 보단, 연구실에 있어도 아무런 생산성이 없는 상태라는 걸 깨닫고 지도교수님께 한 달간의 휴식 시간을 요청했습니다. 누가 쉬면 큰 일 난다고 한 것도 아니고 지도교수님도 언제든지 제가 원하는 만큼 휴식을 취하라고 하셨었지만, 괜히 스스로에게 지는 것 같아 /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 별거 아닌 일로 불평하는 것 같아 지난 2년 동안 미뤄왔던 휴식입니다.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    처음 2주는 혼자서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면서 보냈습니다. 먼저 바쁘다는 생각에 (실제로 바쁘지 않더라도) 하지 못했던 봉사활동을 몰아서 했고, 미루고 미뤘던 요리도 했으며, 정말 오랜만에 하루 종일 연구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고 운동과 요가를 하고 따스하게 비치는 햇빛을 즐기며 주변을 걸어다녔습니다. 이 기간 동안 책도 많이 읽고, 사람들도 만나고,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 내가 무엇을 두려워해왔는지 그리고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는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의 방문.    나머지 2주 동안은 부모님이 방문하기로 이전부터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거의 누구에게나 그럴 것 같지만, 부모님과의 시간은 재충전을 넘어서서 인생에 있어서 소중한 많은 것들을 다시금 리마인드 시켜주는 너무나도 좋은 시간인 것 같습니다. 먼 곳까지 딸을 보러 와주시는 감사함에 최대한 편하게 모시고자 가진 책임감과, 부모님 곁에서 큰 걱정이나 불안감 없이 보냈던 시간들 덕분에, 새롭게 가지게 된 강인함이 제 속에 보다 확고하게 자리잡게 된 것 같습니다. 아빠 엄마, 항상 고맙고 사랑해요 :)


10월, 11월, 12월


연구.    박사과정 3년차가 시작되며 마법처럼 모든 상황이 서서히 좋아졌습니다. 새롭게 함께 일하게 된 포스닥 친구인 Chris Donahue와 연구하는 스타일도 잘 맞았고, 그 결과 세 달 동안 함께 일하며 다음 ACL 학회 마감일에 맞추어 짧은 논문(Short Paper)을 제출했습니다. 거절 당했던 논문은 NeurIPS 워크샵에 다시 제출했는데 Contributed Talk으로 선정되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그 외에 추가적으로 HCI 분야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생겼고,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가 오가며 협업할 가능성도 많아졌습니다.

NeurIPS 워크샵에서 발표
(Photo Credit: Fanny Yang)

일과 휴식의 균형.    힘든 시간을 겪으며 깨달은 휴식의 중요함을 통해 시간과 스트레스 조절을 더더욱 신경써서 하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주말 중 하루(혹은 이틀)는 일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저녁 시간 이후 알람을 모두 꺼두고 응답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되었습니다. 저의 건강을 위해 하는 운동이나 취미활동을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포기하거나 미루기보다, 반대로 운동과 취미활동을 일보다 우선순위에 두게 되었고 그 결과 그 시간을 더더욱 소중하게 여기고 즐기게 되는 선순환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으로 5K를 뛰었으며 운동하는 시간 자체를 즐기는 일상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지치고 힘들면 아무리 재미있어 보이는 또는 가야 한다고 생각되는 이벤트가 있어도 집에 돌아와서 쉬고 이것이 제게 필요한 시간임을 다시금 상기했습니다. 제게 중요하지 않은 일이나, 무례하게 또는 무심하게 부탁하거나 요구하는 사람들을 큰 망설임 없이 정중하게 거절하게 되었습니다.

서로 힘이 되어주는 것.    동시에 제가 힘든 시간을 겪고 나니, 저와 비슷한 힘든 시간을 겪게 되는 다른 친구들이 눈에 보이게 되었습니다. 제가 힘들어 할 때에 귀신처럼 먼저 알고 연락을 주었던 친구들이 있는데 (지나고보니 그 친구들도 모두 비슷한 시간을 겪었던 친구들이었습니다), 이젠 제가 그 친구들의 마음을 100%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먼저 적극적으로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진심으로 응원해주었던 그 따뜻한 마음을 저도 똑같이 전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아무리 성공적이고 당당하고 똑똑해보이더라도 그들만의 어려움이 있고 정말 많은 역경을 거쳐서 지금의 이 모습,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현재 맡은 책임과 신뢰에 대해 보답하고자 각자의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도요. 그것이 때로는 굉장히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공감해줌으로써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친구들이 우울증, 공황장애 등을 겪었다는 것, 더 많은 수의 친구들이 명상, 요가, 운동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스트레스를 초기에 해결하려고 노력한다는 것, 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닮아가고 싶은 사람들은 적어도 언젠가 한 번은 이런 경험을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이므로 이곳에 이름을 나열하진 않겠지만 저의 고민을 들어준 많은 분들과 제게 고민을 진솔하게 이야기해준 분들 모두에게 정말정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Bucket List for 2020


사과


지난 일 년 반 동안 제가 많은 사람들을 서운하게 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것을 제게 직접적으로 말한 사람들도 있었고, 간접적으로 표현한 사람들도 있었으며, 표현은 안했지만 분명 서운함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보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이 모든 것을 미리 나누고 양해를 구하지 못해서 진심으로 미안해요 :)

My sincere apologies for those who have been hurt by me.

아직 저는 너무나도 부족한 사람이라 여전히 하루하루 많은 것을 실수하고, 헤매고, 배워가며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기분 나쁘게해서, 감정을 상하게 해서, 충분히 소중하다고 느끼지 못하게 해서 미안합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게요.


목표



매 순간 내 삶속의 모든 사람들을 온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것.
그것이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


– 2019년 10월 12일에 적은 글

2019년도 하반기의 목표는 “스스로에게 보다 관대하고 진솔한 사람이 되자”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2020년에 있어서 목표로 하는 것은 “누군가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정도로 강인한 사람이 되자”입니다.

구체적인 버킷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AI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게 된 멘티가 원하는 연구실에서 인턴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기
  • 다음 쿼터에 우리 연구실 로테이션을 도는 박사과정 일 년 차 친구가 잘 적응하고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갈 수 있도록 먼저 챙겨주고 연락해주기
  • 함께 일하는 포스닥에게 일하는 시간 동안 쉽게 연락할 수 있고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협업자가 되어주기
  • CS224N 조교로써 맡게 될 10개 이상의 프로젝트 팀 최선을 다해서 지도하고 이끌어주기
  • CS224N 조교로써 맡은 일 꼼꼼하고 세심하게 처리하기
  • CURIS 프로그램을 통해 학부생과 함께 여름 학기에 연구하기
  • 사람들과 일주일에 한두 번은 점심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 나누기
  • 오피스에서 친구들과 매일 이야기 나누고 함께 일하기
  • HCI 분야 세미나와 수업 등에 참석하기
  • 같은 분야 그리고 다른 분야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네트워킹 하기
  • 사교댄스를 계속해서 배우고 Viennese Ball에 참석하기
  • 운동 일주일에 두세 번 이상 꾸준히 하기
  • 기차 여행가기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쓸 수 있도록 큰 용기를 준 Daniel Jiang에게 감사합니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



Do not let anything that happens in life be important enough that you’re willing to close your heart over it.

The Untethered Soul by Michael Singer

스탠퍼드에서의 한 해를 마치며

몇 년 후에 혹시라도 제가 박사과정 첫 해를 “에이, 그렇게 힘들지 않았어”라며 미화하고 있거든 (…) 아니었다는 걸 스스로 상기시켜주기 위해 이 글을 씁니다.

일년 치 밀린 일기를 쓰는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 ⭐️

TL;DR.    수능 때보다도 훨씬 더 열심히 공부하고 배운 한 해였습니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공부를 한다고 느꼈습니다. (또는 그동안 얼마나 야매로 살아왔는지를 깨달았습니다.) 질적인 부분에서는 예전에 공부를 했던 내용이라도 정말 깊게 제대로 이해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 그리고 양적인 부분에서는 그동안 열심히 한다고 했던 것이 정말 열심히 했던 것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게 느낀 것 같습니다.

스탠퍼드의 로테이션 시스템*을 통해 세 교수님과 연구를 하며 전혀 성격이 다른 세 개의 분야를 각각 세 달에 걸쳐 심도있게 경험해보는 진귀한 경험을 하고, 동시에 교수님의 지도 방식 및 연구 방향을 비교할 수 있는 눈을 기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넘쳐나는 실력자들과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심리적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것 자체가 무언가를 추구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능력 중 하나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가장 감사했던 것은 주변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배울 점이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입니다. 말도 안되는 운으로 이곳에 오게 되었지만,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 곁에 있다보면 아주 조금이라도 그들의 모습을 닮아갈 것 같아 앞으로의 시간이 정말 기대가 됩니다. 매년 느끼고 있지만 특히나 더, 그 어느 때 보다도 크게 성장한 한 해였기에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

*스탠퍼드의 로테이션 시스템: 스탠퍼드는 쿼터제로 1년을 4개의 학기로 나누는데, 컴퓨터학과 박사과정의 경우 첫 해는 각 쿼터마다 다른 교수님과 연구를 하고 마지막 쿼터에 지도교수를 정하는 시스템입니다. 여름 쿼터는 계절학기를 수강하지 않는 한 방학이므로, 보통 가을, 겨울, 봄 쿼터 동안 총 세 명의 교수님과 연구를 하게 됩니다.


미쳐 돌아가는 곳**


이곳에 온 지 얼마 안되었을 무렵, 밥먹듯 반복했던 말이 있습니다.

 

“여긴 정말 미쳐 돌아가는 곳이야.”

 

길을 걷다보면 저 앞에 구글의 자율주행자동차가 우회전을 하고 있고, 배드민턴을 치러가면 만나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페이스북 직원이고, 동네의 어느 카페에 가든 심심치 않게 스타트업 아이디어에 대한 피치와 여러 기업들의 채용인터뷰를 들을 수 있는 이 곳 — 학교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유명한 사람과 기업들의 세미나 및 강연이 한 건물에서만 해도 하루에 몇 개씩 진행됩니다.

대학원생으로서 놀랐던 것은, 거의 모든 사람과 딥러닝에 대한 대화, 그리고 심지어 논문 레퍼런스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거의 모든 사람”이라 하면 정말로 “거의 모든 사람”을 의미합니다. (한국으로 치면 택시에 해당하는) 우버(Uber) 기사 아저씨가 저의 배경과 현재 연구 주제를 듣더니 아이디어들을 던져주며 여러 편의 논문을 추천해준다거나, (한국으로 치면 이마트에 해당하는) 세이프웨이(Safeway)에서 장을 봐서 돌아가던 길에 우연히 마주친 사람과 연구 얘기를 하다가 인턴십 제안을 받는다거나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실제로 지난 몇 달간 제가 직접 겪은 일이니까요.

전반적으로는 굉장히 경쟁적이고 치열하게 사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퇴근 후 그리고 주말에 공부하거나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아무도 “왜 그렇게까지 열심히 해?”라면서 은연중에 거부감을 보이지 않습니다. 반대로 당연히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열심히 하고 있을 것이라고 가정해서 처음에는 정말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그렇게 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점입니다.

** 이 글은 스탠퍼드에서의 두 번째 쿼터인 겨울 학기 초반에 작성하다가 결국 다 마무리 짓지 못하고 방치해두었는데 이제서야 빛을 보네요. 사실 이 글을 작성할 때만 해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글을 썼던 기억이 나는데 그래도 일 년 있었다고 이제는 이런 모습들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걸 보면, 참. :)


스탠퍼드를 스탠퍼드로 만드는 수업


수업을 들으며 무엇이 스탠퍼드를 스탠퍼드로 만드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졸업프로젝트로 한 학기 동안 했던 것을 여기 친구들은 한 쿼터만에 여러 개의 수업에서 해내는 느낌이었습니다. 스탠퍼드는 학부와 대학원 수업이 구분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수업이 상향평준화 되어있고 쿼터제인 바람에 속도도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빠릅니다.

수업.    강의 자료의 매 페이지 마다 최신 논문 두 세개씩 레퍼런스는 기본이오, 두 달 남짓 되는 기간 동안 방대한 양을 커버하는데, 항상 “이번 수업을 통해 무언가를 배웠다.”라는 느낌보다는 “이번 수업을 이해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공부해야 할 것이 겁나 많다.”라는 느낌으로 강의실을 나왔습니다. 수능 후 처음으로 매 수업시간 전후로 예습과 복습을 하고, 걸어다닐 때마다 동영상으로 강의를 시청했습니다. 그런데도 따라가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공부를 “하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잘 하는”게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한국에서는 수업 내용이 하나도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을 짓고 있으면 교수님이 눈치를 채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설명이 길어지거나 학생들이 이해를 못하면 속도를 늦추고 종종 계획했던 진도의 반만 나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스탠퍼드에서의 수업은 “이 많은 걸 한 수업에서 다 커버한다고?” 싶은 진도를 수많은 학생들이 끊임없이 손을 들고 질문을 하는 도중에도 다 나갑니다. 시간이 부족해서 다 받지 못한 질문들은 수십명의 조교들의 오피스아워를 통해, 그리고 인터넷 질의응답 사이트를 통해 어떻게해서든 해결해줍니다.

질문.    앞서 말했듯 해당 분야를 몇 년째 연구해온 대학원생들도 함께 수업을 듣기 때문에 질문의 수준도 굉장히 높다고 느꼈습니다. 사실 스탠퍼드의 학부생 중 상당수가 연구에 참여하고 (여름 방학에는 엎어지면 코닿는 곳에 있는 구글, 페이스북 등에서 인턴을 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학교에서 연구를 합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논문을 낸 친구들도 꽤 있기 때문에 (나는 그동안 무엇을 해왔던가) 대학원과 학부생의 간극이 한국만큼 크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질문의 내용도 강의 자료에 국한되지 않고 풍부한 배경지식과 깊이를 가지고 질문합니다.

논문.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수업은 논문을 읽고 토의하는 수업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대학원생만을 대상으로 열리는 수업으로 알고 있는데, 스탠퍼드에서는 해당 분야 및 주제에 관심이 있는 학부생들도 많이 수강합니다. 수업은 사전조사를 통해 학생들의 관심사과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서 일주일마다 6편의 논문을 읽고 학생들이 발표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여기까지는 어느 학교나 비슷할 것 같지만 결정적인 차이를 만드는 것은 지도교수님, 조교들의 노력과, 확실하게 자리잡힌 체계, 그리고 학생들의 열의인 것 같습니다. 각각의 논문 발표자료의 사전 검열이 이루어지고, 발표에 대한 자세한 피드백도 제공함으로써 발표를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에게 유익하도록 체계적으로 계획되고 진행됩니다. 발표자인 학생은 논문의 핵심아이디어를 쉽게 따라가고 테스트 할 수 있는 연습문제도 제공합니다.

그리고 이곳에 와서 깨달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사실은 “학부생도 논문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논문을 접할 기회가 정말 많습니다. 강의를 이해하기 위해 읽어야 하는 최소한의 논문 — 강의 자료가 이해 안되서 논문을 읽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 뿐만 아니라, 앞서 말한 논문 토의 수업, 세부 분야별 정기적인 논문 모임, 주단위 세미나 등, 다양한 경로로 최신 연구 결과를 접할 기회가 굉장히 많습니다.

논문을 읽을 기회뿐만 아니라 쓸 기회도 많습니다. 모든 과제물의 작성은 LaTeX으로 이루어지고 (첫 번째 과제의 첫 번째 문제가 교수님 논문 중 한 편의 부록에 실린 theorem의 증명이었습니다. 물론 검색해도 찾을 수 없도록 조교들이 기가막히게 문제의 단어들을 바꿔서 줍니다.) 수업 프로젝트 최종 결과물은 3시간의 포스터 발표와 함께 기계학습 분야의 우수 학회의 정규 논문 형식대로 8페이지의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생들이 논문을 읽고, 쓰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고, 그것이 좋은 아이디어와 연구로 이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시간의 중요성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수업을 듣고나서 제가 얻은 교훈은, “수업을 들으면 안된다” (…) 는 것이었습니다 — 적어도 로테이션을 돌 때만큼은요. 교수님 한 명당 매년 최대 한두 명의 학생을 받는데, 로테이션을 도는 학생은 4~6명 이상이다보니 두세 달안에 무언가를 해내야한다는 부담이 상당히 큰 편입니다. 그 결과 세 번째 쿼터에는 수업을 듣지 않았는데, 반대로 살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바쁘게 살았던 시간이었습니다. :)

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잠시 주변 친구들의 말을 인용하고 싶습니다.

 

수업을 들을 시간이 없어. 수업은 시간 효율이 떨어지니까 차라리 혼자 공부하거나,
강의를 보고 싶으면 집에서 2-3배속으로 보는 걸 선호해.”

지난 몇 년 동안 주말이란 게 없었던 거 같아. 그런데 난 그게 좋았어.” 

“학부때는 다같이 고생하면서 공부했는데 재미있었어. 한 수업의 경우 교수님이 학생들이 사는 기숙사의 사감이어서, 기숙사의 공용 공간에서 오피스아워를 토요일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가지셨었거든. 그래서 보통 그때까지 다같이 과제를 하다가, 10시에 오피스아워에 가서 열심히 토론하고, 그러다보면 보통 새벽 1시가 넘는데 그때까지 교수님도 계속 머물면서 학생들을 지도해주셨어. 그러고나서 간신히 과제를 제출하고나면 바로 다음 과제가 주어졌지.”

 

당연한 것.    시간이 지날수록 스탠퍼드를 스탠퍼드로, 실리콘밸리를 실리콘밸리로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들의 열정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낍니다.  처음에는 주변의 교수님과 친구들이 오전 열 시쯤 학교에 왔다가 저녁 다섯 시쯤 집에 가는 것을 보며, 모두 여가 시간을 중시하는 균형잡힌 삶을 살고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 이들 모두 당연히 학교에 오기 전에 집에서 공부를 하고, 마찬가지로 돌아가서도 새벽까지 공부를 한다는 사실을요. 너무나도 당연해서 언급할 필요도 없고, 굳이 누군가에게 (학교 또는 오피스에 있음으로써) 그것을 증명할 필요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주말과 공휴일은 공부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평소 관심 있던 주제를 더 파고들 수 있는 자기 계발의 시간으로 여겨집니다. 하고싶은 것은 너무나도 많지만 부족한 시간이 문제인 이들에게는, 쉬는 것 조차 철저한 계획하에 최대한의 효용을 얻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에게 운동을 하고, 등산을 하고, 친구들과 식사를 같이 하는 것은, 아주 바쁜 시간을 쪼개어 활용하는 굉장히 의식적인 선택이자 계획인 것입니다.

솔직히 한동안은 “너무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느껴지는 엄청난 부담감 — 이런 사람들만 모아놓은 환경이다보니, 조금이라도 게으르거나 뒤쳐진 모습을 보이면 자연스럽게 평가의 잣대를 들이댈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조금 지치기도 했었던 것 같습니다. 한 번은 친구와 약속을 잡으며 정각 또는 삼십 분 단위가 아니라 분 단위로 약속을 잡게 되었는데, 너무 야박하다는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이라면 그냥 “바쁜 시기인가 보다”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

시간의 중요성.    결론적으로는, 모두 굉장히 바쁘기 때문에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교수님을 보면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일정에 일주일 내로 30분의 시간을 추가적으로 할애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일 때가 많습니다. 각각의 일정에 있어서도 칼같이 시간을 맞춰서 만나고 다음 일정을 위해 칼같이 헤어집니다. 2~3분이라도 늦는 것은 상대방의 시간을 그만큼 낭비하는 것이 되고, 현재 일정이 늦어지는 것은 다음에 만나는 사람의 시간을 그만큼 뺏는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대한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고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모두의 몸에 배어있는 것 같습니다.

부모님과 이런 주변 환경과 관련해서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로 가득한 것은 좋지만, 가끔씩은 지나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지친 말투와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에 뒤따라오는 어머니의 말씀에 정말 놀랐습니다. “그게 너의 스타일 아니었어? 너랑 잘 맞는 거 같은데?

그제서야 제가 학부 때 들고다니던 스케줄러의 빼곡했던 페이지들이 생각났습니다. 하루를 미리 계획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기억력도 나쁜 편이어서 정말로 모든 것을 적어놓는 편인데 (논문을 읽고,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고, 연구를 하는 시간도 각각 세분화해서 계획하는 편), 안 그래도 빼곡한 스케줄러를 더 빼곡하게 채우며 희열을 느끼는 (…) 저를 보며 다른 사람들도 이런 비슷한 감정을 느꼈겠구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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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바쁘지 않았던 첫 번째 쿼터의 랜덤한 주의 스케줄. 이후 스케줄러를 쓸 시간도 부족하다고 느껴서 더 이상 작성하지 않고 모두 구글 캘린더로 옮겼습니다.

 

이 때부터 따라가기 힘들다거나 너무 과하다는 생각을 버리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너무나도 힘들고 버겁게만 느껴졌던 것들이, 내게 잘 맞는 내가 좋아하는 모습이라고 생각이 전환되며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다른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따뜻한 사람들


Quora라는 사이트에서 우연히 읽게 된 “하버드 학생들은 얼마나 똑똑한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누군가의 우문현답이 기억납니다. 대충 기억나는대로 적자면, “당연히 하버드 학생들은 똑똑하지만, 소위 천재라고 일컫을만한 학생은 소수에 불과하다. 반대로 거의 대다수의 학생에게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그들이 다재다능하며 (well-rounded) 편안하게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이다.”라는 대답이었습니다. 지난 일년 동안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했을 때, 저는 이 대답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미국의 문화를 잘 모르는 저를 배려해 유머나 어휘의 유래를 알려주며 되려 제 문화를 충분히 알지 못하는 것에 미안해 하거나, 여러 모로 부족한 점이 많은 파티나 이벤트를 주최했을 때 저보다 더 많은 부분들을 알아서 맡고 도와준 친구들, 옷 입는 것, 생각하는 것, 말하는 방식이 다르더라도 그런 개인 본연의 모습을 존중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참된 리더의 모습을 갖춘 사람들 — 그들이 아니었으면 저의 학교 생활, 그리고 미국에 대한 이미지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을 것 같습니다.

잊을 수 없는 할로윈, 크리스마스를 보냈습니다. 친구들과 다같이 모여서 서로 준비해온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팟럭(potluck)도 두 번 주최했는데, 이것도 친구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결코 해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 외에도 바쁜 시간을 쪼개어 함께 밥을 먹고, 운전 면허 시험을 도와주고, 안부를 물어주는 친구들과, 항상 인내심을 가지고 지도해주신 교수님과 연구실, 회사에서 함께 일하는 친구들 모두 다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사실 더 고마운 부분은, 그들이 행복한 순간 뿐만 아니라 힘든 시기마저도 곁에서 계속해서 걱정하고 도와줬다는 사실입니다. 로테이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을 숨기고자 노력했는데도 눈치채고 바로 메시지를 보내 이야기를 하고 싶거나 잠깐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언제든지 얘기하라던 친구들,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나눠주며 진심으로 공감하고 응원해준 친구들, 본인에게도 불편한 주제일텐데도 먼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며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준 친구들… 이들이 아니었다면 정말 어떻게 되었을 지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정말 큰 가치관의 변화가 있었던 한 해입니다. 그와 동시에 굉장히 혼란스러운 시기었기에, 주변 사람들을 많이 챙기고 위하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이런 부족한 저를 항상 이해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켜봐주시는 부모님과, 매번 곁에서 응원하고 큰 힘이 되어준 친구들에게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이 모든 것이 너무나도 감사하고 믿을 수 없는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즐겁게 꾸준히 해야겠다고 항상 다짐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런 과분한 환경과 기회에 대한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질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모든 것이 더 큰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라고 믿기에, 너무 조급해하지 않고 하루에 한 걸음 씩 꾸준히 즐겁게 내딛고자 노력하겠습니다. :)

 

This is a record of your time. This is your movie. Live out your dreams and fantasies. Whisper questions to the sphinx at night. Sit for hours at sidewalk cafes and drink with your heroes. Make pilgrimages to Mougins and Abiquiu. Look up and Down. Believe in the unknown for it is there. Live in many places. Live with flowers and music and books and paintings and sculpture. Keep a record of your time. Learn to read well. Learn to listen and speak well. Know your country, know your world, know your history, know yourself. Take care of yourself physically and mentally. You owe it to yourself. Be good to those around you. And do it all of these things with passion. Give all that you can. Remember, life is short and death is long.

– Fritz Sholder

 

박사과정 지원 Q & A

이 글은 크게 (1) 이메일 작성시 유의 사항, (2) 박사과정 지원 관련 Q & A, (3) 자기소개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파트는 이메일과 관련해서 일반적으로 드리고 싶은 조언들과 함께 제 만담과 근황을 담았고, 두 번째 파트는 박사과정 지원과 관련해서 추가적으로 받은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정리했습니다 (질문을 받을 때마다 지속적으로 이곳에 업데이트 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이 글도 딱딱한 정보성 글이라기보단 제 사설이 여기저기 뒤섞인 글이랍니다. 편하게 읽어주세요.

※ 혹시 제 블로그 포스트 박사과정 지원을 준비하며 또는 을 읽고 궁금한 점이 있어 이메일 등으로 질문하고자 하신다면 이 글을 먼저 읽고 보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


이메일 작성시 유의 사항


※ 바쁘시다면 이 부분은 건너뛰고 읽으셔도 크게 상관 없습니다.

스탠퍼드에 와서 제가 느낀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매일 받는 엄청난 양의 이메일입니다. 물론 저보다 훨씬 많은 이메일을 받는 교수님들과는 비교도 안 되겠지만, 평범하고 잉여롭게(?)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하다 온 제게는 엄청난 변화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

며칠 전까지의 제 일상은 이랬습니다.

  1. 아침에 눈을 뜬다.
  2. 핸드폰을 집어든다.
  3. 엄청난 수의 이메일을 보고 후덜덜 한다.
  4. 씻고,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가는 내내 이메일을 확인한다.
  5. 연구실에 도착해서 처음 한두시간 정도를 이메일에 답장하는데 쓰고, 그 결과 새로 생긴 일정을 체크하고, 겹치는 일정을 조율한다. 이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필요한 이메일이 있으면 쓰고, 영어 표현을 올바르게 사용했는지 확인하고 전송한다.

이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오전 시간이 사라집니다.

Clipart Credit: http://www.okclipart.com

이메일의 내용은 정말 다양합니다. 가장 중요도가 높은 이메일은 당연히 연구와 관련해서 지도교수 그리고 함께 일하는 포스닥과 오가는 이메일이고, 학교의 학사일정, 행정업무 처리와 같은 이메일은 무시하면 인생이 꼬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꼼꼼히 읽고 까먹지 않도록 스케줄러에 바로 기록해두는 편입니다. 새로운 학교, 새로운 한해, 새로운 학기이기 때문에 온갖 행사 및 이벤트가 일주일 내내 즐비하고, 스탠퍼드 학교 전체로 보면 대학원생 모임, 학교밖에 거주하는 학생모임, 국제학생 모임, 공대생 모임 등의 초청장이 매주 수십통씩 도착하고, 컴퓨터학과로만 봐도 유명 학자들의 강연, 기업들의 리크루팅 일정 등이 매일 있고, 각 연구분야 별로 점심식사 및 연구 발표가 매주 정기적으로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공지도 계속 오는 데다가 모르는 기업에서까지 링크드인, 페이스북, 홈페이지 등을 보고 스팸필터가 걸러내지 못할 정도로 정교하게 개인화시켜서 채용공고 이메일을 보내니 정신이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메일을 작성하지 말아야 할 때


우리는 살면서 정말 별의별 이유로(?) 이메일을 씁니다.

  • 해외 대학의 교수에게 컨택 메일을 보낼 때
  • 지도교수님과 일정을 조율할 때
  • 타 연구실의 사람과 상의할 것이 있을 때
  • 연구실의 선후배에게 전달할 사항이 있을 때
  • 기타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에게 질문 또는 부탁할 일이 있을 때

그러나 일반적으로 다음 중 하나라도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이메일을 작성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1. 인터넷에서 하려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찾을 수 있는 경우
  2. (저와 같은 경우) 블로그 포스트 또는 에서 답변을 찾을 수 있는 경우
    • 학교 조사
    • 연구
    • 영어
    • 이력서
    • 학업계획서
    • 추천서
    • 장학금
    • 컨택 메일
    • 인터뷰
    • 등 유학 준비에 대한 거의 모든 것 [목차]
  3. 직접 상대방을 만날 기회가 있고, 그때까지 기다렸다가 물어볼 수 있는 경우

감사하게도 제가 받는 99% 이메일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알아보고 고민한 뒤 질문한 흔적이 묻어납니다. 그렇지만 간혹 난감한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 영어 점수가 부족한데 괜찮을까요?”라고 이메일이 오는 경우입니다. 이때 제가 겪는 에로사항은 여러가지가 있는데요 (먼산)

  • 책의 한 챕터 분량의 내용을 말씀드려야 할 지 (영어와 관련된 챕터의 예: “영어 성적이 당락을 결정짓는 절대적 요인은 아니다”, “영어 성적이 지원자를 거르는 기준이 될 때”, “학점과 영어와 연구” 등)
  • 아니면 그냥 책 한 권 분량의 내용을 전부 말씀드려야 할 지 (박사과정 준비에 있어서 영어 점수 외에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다른 요인들(대표적으로 논문, 학업계획서, 추천서 등)이 어떻게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지 설명하기 위해)
  • 아니면 당장 생각하기에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내용 위주로 그때그때 요약해서 말씀드려야 할 지
  • 아니면 그냥 답장을 하지 말 것인지

등등 다양한 선택지 사이에서 항상 갈등하게 됩니다. 지금까지는 책을 강권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서 거의 세 번째 방법을 택했는데, 앞으로 점점 더 바빠지다보면 자연스럽게 네 번째 선택지를 선택하는 빈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

그렇지만 정말 신경써서 보내주신 메일이라도 간혹 “잠시후에 답장해야지”라고 생각하고 미뤄두었다가 새로 도착한 수십통의 메일에 밀려서 기억속에서 사라진 경우도 있답니다 (눈물). 많이 고민하고 정성들여서 보내주신 이메일인데 답장드리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다고 포스트를 통해서라도 말씀드리고 싶어요ㅡ저를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또르르).


그래도 이메일을 작성하기로 했다면, 이것만큼은 반드시!


Email Writing Tips

How to send and reply to email


박사과정 지원 관련 Q & A


Random facts:

  •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중
  • 댓글/이메일로 질문해주세요 :)
  • 책과 중복된 질문도 몇 가지 포함
  • 개인적인 내용/질문 제외

인적사항 & 메일


Q. 이미나님!

A. 이민아입니다!


Q. 혹시 더 궁금한 점 있으면 메일드려도 괜찮을까요?

A. 네, 얼마든지요! 위에서 말씀드린 “이메일을 작성하지 말아야 할 때”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기쁜 마음으로 답장드리겠습니다. 저도 준비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은 만큼, 제 부족한 대답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항상 성심성의껏 제 의견을 말씀드리고 있어요. :)


가장 중요한 요소


Q. 좋은 학교들로부터 어드미션을 받은 후 현재 시점에서 돌이켜봤을 때, 어떤 점이 강하게 어필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저는 연구 역량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논문과 추천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모든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박사과정 진학을 위해서는 연구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그런 점에서 논문은 백마디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효과적으로 본인의 연구 능력을 보여줄 수 있어요.

마찬가지로 추천서도 함께 연구를 진행했던 교수들로부터 평가를 받는 것이므로 어떻게 연구를 했고 어떤 점에서 어려움을 겪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극복했는지 등 학생의 기여도, 태도, 발전 가능성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고요.

그 외에도 연구 역량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수업, 프로젝트, 포스터 발표, 학회 참여, 공모전 수상, 인턴 경험, 조교 경험 등)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그 중에서도 논문과 추천서가 가장 밀접하게 관련이 있었던 케이스인 것 같네요.

추가적으로 학업계획서와 자기소개서도 굉장히 중요할 수 있는데요, 이 부분에 있어서는 CMU 교수 Jean Yang의 포스트 중에서 관련된 부분을 인용할테니 참고해보세요.

“The three important parts of the application are
the personal statement,
the academic transcript,
and the recommendations.

How much each part matters depends on the person, but my take on it is:
a strong personal statement can help a lot;
a weak personal statement could hurt some;
a strong transcript doesn’t hurt;
a weak transcript won’t necessarily kill you;
strong recommendations can get you in;
weak recommendations will get you ignored.”


이력서


Q. 작성하신 이력서의 LaTeX 파일을 주실 수 있나요? / 작성하신 이력서를 워드 버전으로 바꿔서 주실 수 있나요?

A. 아니요.

구체적인 이유는 아래의 학업계획서 LaTeX 파일 요청 문의에 대한 답변을 참조해주세요.


학업계획서


Q. 민아씨의 학업계획서의 구성이 석사과정 지원자의 학업계획서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요?

A.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의 차이를 떠나서, 본인의 이야기를 전달할 때 이 형식이 적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사용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형식 자체로만 보면 석사과정 학업계획서에 쓴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만약 연구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 형식을 취한다면 전체적인 구성이 부실해보일 수 있겠지요. 또는 졸업 후 스타트업 또는 색다른 진로를 생각하고 있다면 연구나 프로젝트 경험보다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따라서 본인이 생각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구성/형식을 택하시면 됩니다. :)


Q. 민아씨의 학업계획서 형식으로 적는 것이 정말 괜찮은지 확신이 안듭니다.

A. 일단 고백하자면 저도 끝까지 형식에 대해서 반신반의 하면서 제출했었습니다. 이것은 제가 감히 “괜찮습니다”라고 말해드릴 수도 없고, 그렇게 말한다고 해도 믿으시면 안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이렇게 써서 많은 학교에 합격을 했으나 분명 떨어진 학교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 학교마다, 학과마다, 읽는 사람마다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고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다른 대학들에 대한 학업계획서는 내용이나 주제를 많이 변경하셨나요? 

A. 아니요, 큰 형식은 동일했고 주요 관심사와 그에 관련된 문단의 뉘앙스만 교수에 맞춰서 조금씩 변경했어요. 제 경우에는 중간 부분은 제가 했던 연구에 대한 소개와 관심사에 대한 폭넓은 소개이기 때문에 학교에 맞춰서 특별히 더 손 댈 부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처음 시작하는 문장과 마지막에 각 교수와 어떤 연구를 하고 싶은지 언급하는 부분으로 차이를 주었어요. 예를 들면 University of Washington에 제출한 학업계획서의 첫 문단은 이렇게 시작해요.

My research objective is in the area of programming languages. Through my research, I would like to leverage and improve program synthesis techniques to automate demanding tasks and resolve numerous issues caused by the error-prone nature of manual work. To this end, I hope to pursue a Ph.D. in Computer Science at the University of Washington.

Q.  결론부분에 스탠포드에 가야하는 이유를 설명하시면서 교수님들의 구체적인 이름을 적으셨는데, 개인적으로 컨택이 되어서 적으신건지, 컨택없이 적으신건지 궁금합니다.

A. 스탠퍼드의 경우 컨택 없이 적은 경우입니다.

일반적으로 학업계획서에 컨택이 되지 않은 교수를 적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왜냐하면 지원하는 학교의 관심있는 모든 교수들에게 연락하는 것도 어렵지만, 그렇게한다 해도 답장을 받기가 굉장히 힘들거든요.  반드시 교수 이름을 언급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관심 있는 교수가 있다면 컨택을 하지 않았더라도 (또는 답장을 못받으셨더라도) 학업계획서에 쓰는 것이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Q. 학업계획서를 작성하실 때 Letter 크기로 적으신건가요 아니면 A4로 적으신건가요?

A. 미국 대학원에 제출하는 모든 서류는 Letter 크기로 준비하시면 됩니다.


Q. 학업계획서에 사용된 글씨체는 무엇인가요?

A. LaTeX 기본 글씨체(Computer Modern)와 글씨 크기를 사용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Q. 학업계획서 템플릿을 직접 만드신 건가요? 

A. 네, LaTeX으로 뚝딱뚝딱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문서의 디자인 자체는, 학업계획서 세 번째 페이지에 적혀있듯  Anant Bhardwaj의 학업계획서의 디자인을 많이 따랐습니다.


Q. 작성하신 학업계획서의 LaTeX 파일을 주실 수 있나요? / 작성하신 학업계획서를 워드 버전으로 바꿔서 주실 수 있나요?

A. 아니요.

사실 이 질문을 받고 조금 놀랐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조심스럽게 말씀드리자면, 부족한 점이 너무나도 많다는 걸 알고 어떻게 보면 정말 개인적인 서류들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공개하는 것조차도 망설여졌습니다. 그렇지만 제 서류가 좋은 예로든, 나쁜 예로든 많은 분들께 참고자료로써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기에, 기쁜 마음으로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공유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스스로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은 스스로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유의 가치는, 얻기 어려운 정보를 함께 나눔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지 모든 것을 쉽게 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


Q. 해외 명문대 생들의 SOP는 어디에서 구하셨나요?

A. 저는 모두 구글 검색을 통해 찾았어요.

처음에는 검색이 조금 막막할 수 있는데, 컴퓨터학과 박사과정의 경우 일단 “mit sop cs phd” 이렇게 검색하면 바로 상위 검색 결과에 Philip Guo 교수님의 학업계획서 pdf 파일이 나와요. (참고로 이 분은 자신의 학생들의 학업계획서도 블로그에 공개하셨어요.) 여기서 키워드를 조금씩 바꾸고 구체화시키면서 검색하다보면 조금 더 본인의 케이스에 맞는 학업계획서들을 찾아보실 수 있을거에요.


자기소개서


Q. 공개해주세요!

A. 공개했습니다! 현재 포스트의 가장 하단에서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


컨택 메일


Q. 혹시 유학준비 과정 중에 사전컨택 하셨었나요?

A. 저는 지원한 학교 중에 반 정도는 컨택을 하고 반은 하지 않았습니다.

제 경우에는 (답변의 유무와 상관없이) 컨택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제 주변에 컨택으로 합격한 분들도 많이 계셔서 이건 정말 지원하는 교수님과 연구실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추천서


Q. 혹시 여러 학교를 지원하실 때 교수님들이 흔쾌히 추천서를 써주시던가요? 추천서 때문에 지원하는 학교의 수를 5군데 정도로 좁혀야 할거 같아 고민입니다.

A. 보통 교수님들은 지원 학교의 수가 많아지면 꺼려하십니다.

저는 사실 불안한 마음에 많은 학교에 지원을 한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교수님께서 조금 줄이는 게 어떻겠냐는 눈치를 주셨지만 (…) 결국 제 의견을 존중해주셔서 큰 문제 없이 모든 학교에 추천서를 써주셨어요. 교수님께서도 상황과 이유를 잘 말씀드리면 이해해주실 거라고 믿어요ㅡ정중하게 부탁드려보세요!


블로그


Q. 혹시 민아씨 블로그 포멧을 베이스로 제 블로그를 꾸며도 될까요?

A. 포멧이 많이 비슷하다면, 블로그 첫 페이지 하단에 조그맣게라도 출처를 명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자기소개서 (Personal Statement)


박사과정 지원 관련 질문을 받으면서 여러 번 자기소개서를 공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었습니다. 부족한 제 학업계획서를 좋게 봐주셨기에 요청해주신 것이란 생각에 먼저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기소개서라는 것 자체가 본질적으로 굉장히 개인적인 문서이므로 참고만 하시고 각자 본인만의 멋진 이야기를 들려주시길 바랍니다! :)

나의 자기소개서 [다운로드]

Yufuin, Beppu, and Fukuoka

My Third Time Visiting Japan.

Japan is the very first country I went abroad when I was 4. I can only remember going up and down the stairs of an old house–I don’t even remember whose house it was. Next time when I visited Japan, I was in high school, traveling with my family. This time, I was in between undergraduate and graduate schools, traveling on my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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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dane, yet beautiful and peaceful scenery.

The city felt magical in that it made me stop and gaze out into the scenery. It was hard to point out exactly what was so special about each store and street, but there was definitely something that made each of them distinctive and se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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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gs were organized, neat, and modest. People were kind, polite, and affable. Even with my limited Japanese, I had no problem navigating around and conversing with them. Despite having a lot of tourists every day, their smiles were yet genial. As there were so many things to learn from their attitude and life style, I was so grateful that I had an opportunity to travel Japan at this transitioning phase of m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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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ing reminds me of what it feels like to be isolated and baffled by new, unfamiliar environments. However, it also reminds me of victorious feelings of overcoming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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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mbing the academic ladder.

Moving from undergraduate to graduate school, from Republic of Korea to the United States, from where I am surrounded by my family and old friends to where I barely know anyone (yet) can be an overwhelming experience.

Hence, I often read essays on one’s experience in pursuing a PhD, put myself in her or his shoes, and imagine what it would be like, hoping to learn valuable lessons from their mistakes and not repeat them as well as to make myself prepared for the challenges and obstacles ahead. Last night, one sentence in this article struck me–probably because it’s something that has been scaring me the most: “I felt unsupported, isolated and adrift in uncertainty.”

In hindsight, I might have wanted to find answers to some of my myopic questions (such as how I can avoid having such feelings) through this trip. Instead, it taught me to keep my composure, relax, and focus on what is really important rather than being too tense and worried.

Stop worrying about what can go wrong, and get excited about what can go right. – Anonymous

To the next academic year with full of excitements, cheers!

– Yufuin, Beppu, and Fukuoka, Japan
July 24-29, 2017